여행기

남도 겨울여행 - 해남 2012. 12. 14.

죠니워커 2012. 12. 20. 19:12

남에게 얽매이지 않는 프리랜서 인생, 프로젝트 한개 끝날때마다 여행이나 다니며 살자던 다짐은 현실의 여러가지 벽에 막혀 실천이 잘 되지 않았다.

그러나 연말을 앞두고 공장 가동을 중지하므로 귀중한 시간이 난다는 친구의 제안을 받고 나도 시간을 내서 여행을 나서기로 하였다.

제주도를 생각하다가 내가 오래전부터 로망을 갖고 있었던 남도 섬지방 여행을 제안하였고 친구도 동의하여 뚝딱 3박4일 여행이 성사가 되었다.

코스는 내가 짰다. 해남에 도착하여 1박, 보길도로 건너가서 1박, 완도로 나와서 다시 청산도로 가서 1박.

원래는 청산도 트래킹을 좀 오래하고 완도로 나와서 1박만 더하고 귀가하는 일정이었는데 여행중에 춥고 피곤하여 마지막 일정은 생략하고 3박 4일이 되었다.


전라도 남도여행에 대해 포스팅하기 전에 전반적인 해설과 요약을 먼저 해본다.

우선 전라도 지방의 여행은 제주도처럼 교통 및 숙박 인프라가 발달되지 않아 자동차가 없으면 다니기가 많이 불편하다.

내가 제주도를 최근에 자주 다니며 그런걸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숙박 및 방문할 장소만 계획을 세웠는데 우연히 또한명의 친구가 차를 가지고 와주지 않았으면 엄청 불편하고 택시비가 많이 깨질뻔 했다.

또한 일년내내 혼자 올레길을 걷는 여행객이 끊이지 않는 제주도에 비해 전라도 지역은 띄엄띄엄 산재된 관광지에 주로 가족단위로 또는 관광버스 대절하여 단체로 봄 가을 구경하기 좋은 계절에 여행이 주로 이루어지는 관계로

우리는 섬지방을 여행하며 너무 사람이 없어서 외로울 정도로 한적한 여행을 하였다.

대신 가는곳마다 사람들은 친절하고 음식도 맛있고 날씨마저 온화해서 구경은 기대만큼 잘하고온 여행이었다.


첫날 12월14일 일년간 고생하며 일하고 연말에 어렵게 시간을 맞춘 나하고 친구는 서울과 부산에서 각각 출발하여 거의 비슷한 시간대에 해남버스터미널에 도착하였다. 

여행을 시작하는 시점이지만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회포도 풀 겸 여행을 시작한다는 설레임에 취해볼 겸 일단 거하게 점심식사부터 하고 시작한다.


아구찜이다.

이번 여행 내내 친구와 둘이서 식사할때는 낮이건 밤이건 딱 저만큼 반주로 먹었다. 반주의 주량이 저정도라는 이야기다.


첫날 첫 행선지 계획은 원래 두륜산 케이블카였으나 택시기사님의 권유로 안개낀 그날은 다른거 보고 다음날 다시 케이블카를 타기로 하였다. 그래서 일단 숙소인 유선관으로 향했다. 여기는 유선관 입구이다.




저기 내 친구가 신발신고 있는 뒷방이 우리가 묵은 4인실이다.


방은 이렇게 생겼다. 병풍 너무 마음에 든다. 벽 및 천장은 현대식 목재로 마감처리를 한 상태다.


여관 뒷뜰에는 이런 장독대도 있고

이런 운치있는 정자와 고목도 있다.

그 앞에는 KBS 1박2일에 이승기가 입수했다는 시냇물도 있다.


이날 오후는 느긋하게 숙소에서 아주 가까운 대흥사를 구경한다. 이미 유선관에 가기 위해 대흥사에 진입하는 입장료를 내고 들어왔다. 대흥사까지는 걸어서 10분도 안걸린다.

오래된 고목이 많은게 경치가 범상치 않다.


대웅전이다. 사람이 너무 없어서 썰렁하였으나 간간히 친구들끼리 가족끼리 와서 예배를 드리는 방문객이 있다.



겨울 비수기에 비까지 부슬부슬 내리고 사람이 정말 없다. 그러나 우리는 여행을 시작하며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히고 진정으로 여행으로 빠져들기 시작하였다.


참으로 다행스럽게 다른 친구 한명이 마침 그때 전라도 출장중이라 여행에 합류를 해주었다.

금요일이니 일마치고 집으로 가지않고 차를 가지고 합류를 해주었는데 그 후 2박3일동안 그친구 차를 아주 요긴하게 잘 써먹었다.


드디어 세번째 친구가 도착하고 기대하던 밥상을 받았다. 친구가 밥 못먹을까봐 아주 정확히 6시 정시에 도착하였다.

머나먼 남도의 끝자락에서 각각 도착한 친구들을 만나 한옥집에서 밥상을 받는 기분이 아주 좋았다.


이건 저녁 밥상. 일인당 만원 내면 이렇게 차려준다.

이건 다음날 아침상. 일인당 7천원. 저녁상과 비교하면 도토리묵이 없고 국만 다르고 비슷하다.


밥을 먹고 파전에 막걸리 추가주문하여 좀 더 마시고 일찍 잤다.

방에 TV가 없으니 해가 지면 밥먹고 일찍 자는 우리네 조상들의 생활방식에 근접하게 되었다.

평소에 집에서 편히 자던 우리들 한방에서 서로의 코고는 소리를 들으며 한동안 잠을 설치다 간신히 잠이 들었다.


인터넷에서 미리 정보를 접하고 다소 걱정했던 욕실 및 화장실은 역시나 숙소 건물 뒷편에 따로 별채로 있는데

욕실은 공동샤워장, 화장실도 공동화장실이다. 욕실에 당연히 더운물 나온다.

화장실에는 비데까지 장착된 변기가 한개는 있다. 나머지는 재래식 변기.

조금의 불편함만 감수하면 볼일은 다 볼 수 있게 되어있다.

나도 글을 읽고 알았는데 아직 유선관은 정식 숙박업소 허가를 받지 못했는데 그래도 해남군이 지역의 명소로서 보존과 지원을 해주고 있다고 들었다.


다음날 아침에 식사를 하고 두륜산 케이블카로 향했다. 여기는 국립공원이며 삼림의 보호를 위해 등산로는 개방이 안되고 케이블카를 통해서만 올라갈 수 있다. 야생동물 보호 및 자연환경 보호를 위해 음식물 쓰레기를 철저히 통제하기 위해 아예 배낭 및 가방을 가지고 입장할 수 없도록 통제를 한다. 과일껍질 같은걸 버리고 오면 농약 및 방부제가 포함된 그것을 먹고 야생동물들이 죽을수도 있단다.

케이블카 표를 사려는데 표파는 아가씨가 오늘 안개가 너무 심해서 아무것도 안보일건데 괜찮겠냐고 물어본다.

우리는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다. 여기를 언제 또 오겠나.

케이블카를 타기 전 이번에는 표받는 총각들이 안개가 너무 심해서 아무것도 안보이니 환불하려면 타기전에 해야된다고 한다.

우리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정말 안개도 이런 심한 안개가 없다. 밖에 희미하게라도 뭔가 보이는것도 아니고 정말 아무것도 안보인다. 크게 실망하지는 않았다. 여행을 와서 친구들과 이런곳을 가본다는것으로도 만족하기로 하였다.

정상 휴게소 부근의 저 수많은 사랑의 자물쇠들. ㅋㅋㅋ

동행한 친구의 말로는 이런데 와서 자물쇠 채우는 족속들은 거의 다 불륜일거라고 하더군. 본인도 자물쇠 채워본적이 있나보다.

안개인지 구름인지 너무 심하여 옷이 축축해질 정도이다. 숨을 쉬는 코에서도 물이 뚝뚝 떨어졌다.

정상 휴게소에서 고계봉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



원래 경치가 좋을때는 이런 경치란다. 




다음 행선지로 땅끝 전망대로 향했다.


전망대 위에서 바라본 바다. 저 아래가 땅끝마을이고 저기 배를 타고 보길도로 간다.


땅끝 전망대에서 나온 우리는 별생각없이 옆에 땅끝탑이 있다는 방향으로 내려가기 시작하였다. 차를 전망대쪽 고지대에 세워놓고 다시 올라올려면 엄청난 거리인 급경사 계단길을 내려가기 시작한 것이다. 엄청난 거리를 내려가며 이미 다리가 후들거리기 시작했다.



여기가 땅끝탑이다. 아마도 전망대는 고지대이고 실제로 여기가 땅끝인가보다.







조금 미안한 일이 발생하였다. 내가 원래 무릎이 안좋았는데 엄청난 계단을 내려오며 상태가 안좋아져 다시 걸어올라가기가 어렵다고 판단되었다. 

차를 가져온 친구도 무릎이 안좋기는 마찬가지지만 어차피 한사람만 고생하면 되지 않겠나며 차를 가지러 가고 우리는 완만한 경사를 내려와 바닷가 땅끝마을로 나왔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버스로 오건 차로 오건 땅끝마을에서 차를 내려 모노레일을 타고 땅끝전망대를 다녀오는게 맞는것 같다.

사전 정보가 없어서 어쩔수 없었다.




땅끝마을에 늘어선 횟집들. 우리는 여기서 점심을 먹고 보길도로 배를 타고 간다.


떠나기 전 횟집 어항속의 가오리를 한참 쳐다봤다. 정말 표정이 있는것 같다. 내가 글을 쓰는 지금쯤은 누군가의 뱃속으로 들어갔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