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단둘이 남도 여행 - 1일차 군산, 장성
이제 대학교 2학년이 된 아들과 지난 3년간 여행을 다닌지도 벌써 세번째.
참으로 엄마에게는 미안하지만 엄마는 교육청 공무원으로 정말 휴가 기간 맞추기가 어려워 이렇게 3년째 둘이서 다니고 있다.
이번에도 원래는 항상 가던 일본을 생각하고 도쿄 여행을 생각하였으나
아들도 이제 현실에 눈을 떠서, 여름 이 시즌에 일본 도쿄는 엄청 덥고 습하다는것을 알고 있으며
일본도 세번이나 가봤으니 별로 호기심도 없고 해서 이런 제안을 했다.
아빠 일본가는 돈 아껴서 국내여행가서 맛있는거 두배로 사먹으면 안되냐고.
좋다. 그렇다면 나도 아직 충분히 못가본 전라도로 남도 여행을 떠나보자. 식도락 여행을.
내가 잡은 코스는 군산 - 장성 - 신안 증도 - 나주 - 장흥 - 전주 이렇게였다.
몇군데는 가본곳이고 몇군데는 나도 처음가는곳.
나주와 장흥은 오로지 식도락 때문에 잡은 목표지.
떠나는 날 전날까지 바빴다.
학교에서 다음학기에 개설할 신규교과목에 대해서 교수법 개발을 위해 외부 강사 모셔서 세미나를 듣는다.
원래 일요일날 출발할 일정이 월요일, 화요일 계속 밀리며 수요일로 밀렸다.
나는 화요일까지 빡빡하게 강의를 듣고 기숙사에 자고 아들은 수요일날 KTX를 타고 내가 있는 도시로 오도록 계획을 확정하였다.
비가 엄청나게 퍼붓는 수요일, 나는 KTX 역에서 아들을 만나서 첫 행선지인 군산으로 향했다.
군산이 왜 첫 행선지인가 하면 오래동안 나도 꼭 한번 여행으로 가보고 싶었던 로망이었기 때문이다.
10여년전에 대우나 타타 이런데 출장으로 가본적은 있기는 하다만
현재까지도 옛날의 삶의 모습을 간직한 곳이 많다는것을 알고 있었고
철새들도 많이 찾는 바닷가 아늑한 곳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인것 같다.
식도락 여행으로 아들과 테마를 잡은 여행. 첫 행선지 군산에서는 뭘 먹을까 하다가
유명하다는 짬뽕과 빵이 있었으나 나의 마음이 간 곳은 스시 체인점. 스시노 백쉐프.
전국적인 체인점이고 서울에도 있는데 웬지 이런 군산 같은 지방에서 이런곳을 만나도 좋을것 같은 생각에.
억수같이 쏟아지던 비가 어느덧 그치고 우리는 군산에 스시노 백쉐프에 도착했다.
비가 그친게 아니고 이곳에는 비가 안왔던듯.
저 사진에 접시가 2인분인데 4만원 조금 안되는 가격. 괜찮았다.
점심을 먹고 걸어서 경암동 철길마을로 갔다.
이미 유명해진듯 이 더운 여름날 평일에도 사람이 많다.
사람이 많이 오니 나름 운치있게 거리가 잘 개발되어 있다.
정겨운 거리 풍경이다.
하하. 문꼬치. 정이 느껴질 정도다.
경암동 철길마을을 구경한 후 근처에 있는 근대 역사 박물관을 간다.
군산의 해양 도시로서의 역사와 근대에 일본 식민지로 지내며 탄압을 받던 아픈 역사까지 두루 잘 전시가 되어 있었다.
하하. 아들이 신고 있는 이 고무신. 나는 알고 아들은 모르는 역사이다.
박물관을 나서서 근처 근대 일본인 가옥인 히로쓰 가옥으로 향했다.
여기는 말하자면 일본이 식민지 지배를 시작하며 이곳을 지배하러 온 일본인 자본가들이 터를 잡은 집이다.
식민지 한국에서 일본인들은 인적 자본적으로 호사를 누렸으리라.
지금 이런 가옥은 오래전 문물로 관광자원이 되었으나 우리도 잊으면 안되는 분명한 우리의 역사이다.
군산에 오면 누구나 가봐야 한다는 초원 사진관. 비슷한 이름의 초원 스튜디오가 10킬로 떨어진데 또 있으니 네비게이션만 믿고 가시지 말기를.
나도 10킬로 갔다 왔다.
어릴때 내 고향 동네에서 봤음직한 사진관
군산을 떠나 장성으로 가는길에 새만금 휴게소에서 잠시 쉬어간다.
장성 홍길동 테마파크 내에 야영장에 있는 카라반을 예약하였다.
나도 카라반 많이 경험해보지는 않았고 그래서인지 다시 한번 자보고 싶었다.
아들도 사진을 보고는 꼭 한번 자보고 싶다고 했다.
좁은 실내공간에 사실 없는건 없다.
그러나 역시 좁다. 두번 연속으로는 못잘듯.
대표적으로는 샤워실에 더운물도 나온다만 머리를 숙이고 샤워를 해야 할 정도이다.
그래도 우리 숙소 카라반 바로 앞에 차를 후진으로 대고 트렁크에서 필요한 물품 꺼내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엄청 더운 날씨에 이열치열로 바베큐를 먹는다.
내 아들은 이제 학교에서 자기 학과 뿐만 아니라 단과대 내에서도 고기를 가장 잘 굽는 사람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더군.
아빠하고 단 둘이서 조용한 바베큐 파티를 한다.
사진은 없으나 해가 지며 모기가 활동을 시작하여 우리는 일어서면 머리가 닿는 좁은 카라반 속으로 이동하여
에어컨 틀어놓고 늦도록 여행의 첫날밤을 맥주잔을 기울이며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