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은 프로젝트 수주가 많이 늘어났다. 아직 3월인데 벌써 프로젝트 두개가 진행중이니 연간 두개밖에 못했던 작년이나 5월에나 프로젝트를 시작했던 제작년보다는 훨씬 나은 상황이다.
그러나 연초부터 놀지도 못하고 현재까지 계속 빡빡하게 일을 하다보니 좀 지치기도 한다.
개구리 올챙이적 생각 못한다고 프로젝트 수주를 못하고 몇달씩 손가락 빨며 놀때 생각을 하면 좀 피곤해도 일거리가 있는게 역시 낫다는 생각이 든다.
일 끝내고 금전적으로, 시간적으로 여유가 생겨야 놀러다녀도 즐거운거지.
최근에는 2주연속 주말에도 업무를 하였다.
나 스스로 만족할만한 결과가 나와야 주말도 즐거운거지 답답해서 주말에도 일을 하게 된 것이다.
일단 어제 일요일날 뭔가 중간결과를 만들어서 레포트를 개발팀 다른사람들에게 메일로 보내주고 하루이틀 쉬기로 하였다.
이틀 정도는 하늘이 두쪽나도 놀기로 했다.
남들은 몰라주겠지만 토요일 일요일 일하고 월요일 내맘대로 노는게 프리랜서의 짜릿한 즐거움이다.
남들 일할때 평일날 밖으로 나가면 차도 안막히고 모든게 널널함이 있다.
지난 주말 TV에서 서해 연평도에서 고기잡이하는 어선에 동행하는 다큐를 했는데 봄철 주꾸미가 구미를 당겼다.
그래서 안그래도 기회가 되면 인천 종합 어시장 한번 가고 싶다는 부모님을 모시고 인천 나들이를 하게 되었다.
어시장에서 배부르게 먹은후 기왕 인천에 간김에 한군데 더 보기로 하고 찾다보니 어렵지 않게 연안부두에서 멀지않은 차이나타운을 고르게 되었다.
서울 상계동에서 외곽순환도로를 거쳐 제1 경인고속도로를 끝까지 타고가면 인천항이 나타난다. 신호대기때 카메라를 살짝 들고 찍어봤다.
인천은 내가 학교 졸업 후 첫직장을 다녔던 곳이다.
내가 다녔던 회사도 여기 인천항 근처에 있다. 그당시에는 주로 동인천역앞 신포동이나 주안역에서 놀았고 이곳 인천항이나 차이나타운은 사실 많이 가보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곳에 오면 그때 20대 젊은시절의 아련한 추억이 떠오른다.
인천종합어시장이다. 겉보기에는 허름하지만 내부는 아주 넓고 깨끗하게 잘 정비되어 있다.
인천 토박이들도 동의하지만 소래포구보다 여기가 백번 낫다.
소래포구는 바다와 주변 경관을 보는 낭만이 있겠지만 아무래도 외지에서 사온 수산물이 많고 무엇보다 주차가 어렵고 또 비싸다.
이곳은 주차장이 30분에 천원. 그리고 수산물도 훨씬 낫다. 배에서 내린 싱싱한 물건들을 이근처에서 경매도 한다고 한다.
푸른빛깔의 생선들은 절묘하게 파란색 조명을 비춘다. 아주 좋은 연출이라 생각된다.
병어들이 살이 통통하다. 무작위로 놓여있는 병어들을 보다보니 마치 저들이 군무를 추고있는것 처럼 느껴진다.
목포에서 공수한 삭힌 홍어란다. 대단히 크다. 물어보지는 않았으나 몇십만원 하겠지.
홍어들은 왜 표정이 꼭 사람 같은지 모르겠다. 좀 웃기기도 하고 불쌍하기도 하다.
아귀다. 사진으로는 잘 모르나 꼬리 빼고 몸통만도 팔뚝보다 큰 놈들이다.
어머니가 이걸 한마리 사셨다. 집에서 매운탕 해드신단다. 한마리 만원이었던가??
젓갈집에서 황석어 젓갈과 꼴뚜기 젓갈을 한통씩 샀다. 부모님은 알탕용 저가(?) 명란젓을 한통 사셨다.
최근들어 나트륨 과다 음식을 경계하고 최대한 자제를 하고 있지만 젓갈은 환상적인 음식이라 생각된다.
나는 누구나 쉽게 먹는 달콤하고 고소한 오징어 젓 보다는 웬지 비릿하고 생선의 몸매(?)가 드러나는 황석어 젓갈이 더 좋다.
술안주로도 좋고 입맛 없을때 그거 한마리면 밥 한공기가 뚝딱이지.
집에 새우젓 육젓이 아직 많이 남아 사지는 않았으나 마트에서는 이런 젓갈 절대 못산다.
흐흐흐. 봄에 수산시장에서 구할수 있는 머리에 알이 꽉 찬 주꾸미.
씨알이 굵은 저런게 킬로에 만오천원 씨알이 작은건 만원에 판다. 사서 바로 뒤돌아보면 있는 횟집에 들어가 삶아달라면 된다.
시장도 자정활동을 성실히 하는것 같다. 요즘은 노골적인 호객행위도 거의 없고 우리가 주꾸미를 사고나니 모범 완장을 찬 분이 와서 조용히 얼마에 샀는지 물어보신다.
바가지 단속을 하는것 같다. 아주 좋은 활동이다. 이런걸 보면 다음에도 믿고 또 오고 싶다.
갓 삶은 주꾸미 몸체. 서양사람들은 문어, 낙지 같은 촉수동물을 전통적이고 종교적인 설화 속에서 항상 악마나 괴물로 묘사해서 그런지 잘 안먹더군.
왜 저런 스파이더맨에 나오는 등에 촉수달린 악당이나 디즈니 만화에도 자주 등장하는 바닷속 괴물이 다 문어류 촉수 괴물이다.
전에 미국계 회사에서 근무할때 출장온 미국사람들을 횟집에 데려가서 산낙지를 사주면 라이브 옥토퍼시 (산낙지) 하며 기겁을 했다.
하하. 요거 통통하네.
주꾸미의 백미는 역시 머리다. 통째로 씹어먹으면 대게의 게껍데기 게장의 맛과 같은 고소한 맛이 난다.
이맛에 여기까지 와서 주꾸미를 먹게 된다.
12시전에 횟집에 들어갔기에 우리가 첫손님이었는데 12시가 넘으니 손님이 제법 많이 온다.
거의 나보다 윗 연배의 아줌마 아저씨들이 어울린 그룹도 있고 할아버지들이 오신 그룹도 있는데
손님이나 주문받는 아줌마나 주문시에 소주 맥주가 상식이고 기본이었다.
여지껏 나는 술은 해가 지고나서 먹는게 상식이었고 낮에는 열심히 일하며 인생을 살아왔었다.
저런 보통사람들의 여유가 부럽게 느껴졌다.
나도 이제부터 천천히 느린 인생을 살고 싶다.
점심먹고 근처 아주 가까운 인천역 앞 차이나 타운으로 향했다.
인천 차이나타운은 19세기 청나라의 조계지역으로 출발하여 그 후 수많은 화교들이 집결하여 살게되며 발전하게 되었다.
조금 위쪽 인천 중구청 일대는 일본의 조계지역이었고 중간쯤에 일본 중국 조계지역 경계를 이루는 계단도 있다.
인천 차이나타운 홈페이지가 있다. 여기 설명이 아주 잘 나와있다. 차이나 타운의 역사와 오는길 그리고 투어 코스와 주차장 안내까지.
차이나타운 주차장이 네비게이션에도 나온다. 아주 편리하고 주차비도 싸다. 한시간에 천원 정도.
백년 넘게 화교들이 정착하여 살고있는 생활 공간이라 의도적으로 중국식으로 꾸민곳은 많지 않다만 중국색이 확연히 느껴진다.
공화춘. 유명하고 짜장면의 원조로 TV에서 소개된 프로를 본 기억이 있다.
중간에 계단에서 포토존이 표시되어 있기에 뒤를 돌아보며 찍은 사진.
차이나타운 윗쪽 길을 따라가면 자유공원에 맥아더 장군 동상이 있다. 인천 상륙작전을 기념할만한 곳이라는 것이다.
아버지는 요즘 빨갱이들이 이 동상을 철거하려고 난리라고 분개하신다. ㅋㅋㅋ
이 블로그를 보고도 악플을 달 분들이 많을것 같아서 여기에 대해서는 넘어가도록 하자.
청나라 조계지와 일본 조계지의 경계를 이루는 계단길에 서있는 공자 동상.
뒷면을 보니 중국에서 사람들이 이걸 만들어서 기증한걸로 파악된다.
이 계단을 중심으로 동쪽은 과거 일본 조계지 서쪽은 중국 조계지이다. 양쪽에 건물 양식이 확연히 다르다. 이쪽은 일본 조계지 쪽의 건물.
내가 20대때 회사 다닐때 가끔 찾던 중국집 풍미.
메뉴가 딱 한가지 기억난다. 홍소갈비. 워낙 오래 고아서 갈비에 붙은 뼈도 젓가락으로 집으면 스르르 허물어졌던것 같다.
인천역 앞의 차이나타운 입구 대문이다.
중간에 길거리에서 공갈빵을 판다.
나는 별 생각없이 지나치려 햇는데 어머니가 한조각 집어 드시더니 옛날에 먹어본것이라고 하신다.
나는 어머니가 과거 부산의 중국집에서 드신건가 햇더니 그게 아니었다.
어머니는 일제강점기에 만주로 이주하셨다가 해방 이후에 배를 타고 인천을 통해 귀국하신 분이다.
옛날 어릴때 만주 길림 지방에 사실때 먹어보신거라는 것이다.
어머니의 어릴때 추억이 있는 과자라. 나는 두말않고 두봉지를 샀다.
이름대로 공갈이 대단히 심한 빵이다.
그러나 달콤한게 아주 맛있는 과자이다.
인천역은 예나 지금이나 별로 바뀐게 없구나.
인천광역시의 대표 이름을 달고 있는 역 치고는 대단히 소박하고 마치 시골의 간이역 같은 느낌이 나는 역이다.
여기는 서울 지하철 1호선 인천선의 종점이다.
내가 여기서 20대 총각때 회사 다닐때 서울에 외근 나가거나 사람들 만나러 갈때 주로 여기서 기차를 탔다.
서울에서 대학을 나오고 모든 대인관계가 서울에서 이루어지며 대중문화도 서울에서만 즐기던 때라
여기서 기차를 타고 서울로 갈때는 항상 설레는 마음을 안고 텅빈 기차에 올랐고 종점인지라 자리도 마음껏 골라잡아서 가곤 했다.
골치아픈 회사는 잠시 잊고 서울로 놀러갈때 드나들던 문.
오호. 이런게 생겼네.
인천역에서 월미도까지 모노레일을 운행하는가보다.
가족단위로 나들이하거나 연인들끼리 오기 아주 좋은 곳인것 같다.
인천시가 노력을 많이 하는것 같다.
아주 즐거운 인천 나들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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