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때쯤 수능을 치고 아직 대학에 합격여부가 결정이 안된, 아니 거의 재수 가능성이 아주 컸던 아들과 단둘이 일본 홋카이도 여행을 다녀왔다.
아버지하고 같이 놀러다니는것을 좋아하는 착한 아들. 수능을 치고 일주일 후 처음으로 맛을 보여준 술마저 신기하게 먹다가 취해서 어쩔줄을 몰라했다.
나는 재수를 하게될것 같은 아들에게 아빠도 재수를 했던 경험자로서 편안하게 마음을 먹고 마음을 정리하라는 의미로 같이 홋카이도 여행을 갔었다.
다행히 아들은 원하는 대학에 막판에 잘 합격하였고 일본 홋카이도 여행은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게 되었다.
금년 겨울이 다가오며 내가 먼저 아들과의 여행을 계획하였다.
작년 겨울, 일본에서 맛있는 음식과 맥주를 먹으며 눈덮힌 도시들을 기차를 타고 여행했던 기억을 잊을수 없었다.
다행히 아들도 그때 추억을 생각하고 같이 여행을 가기로 했다.
다만 아들이 내세운 조건은 맛있는 음식과 맥주 많이 먹기. 구경은 별 관심이 없단다.
그래? 그럼 오사카다.
나는 2년전 부모님을 모시고 오사카 간사이 지방 효도여행을 다녀왔기에 오사카가 식도락의 천국이라는것을 알고 있다.
교통의 중심지인 난바역 근처에 모든 숙박시설과 먹거리들이 밀집해있기에
여행자들은 난바역에 숙소를 잡고 근처 교토, 고베, 또는 오사카 시내를 여행하고 밤이면 난바역으로 돌아와
그 유명한 도톤보리의 식도락을 매일밤 즐기게 된다.
그럼 아들과 오사카로 떠나는거다. 아빠가 아주 잘 알고있는 오사카로.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가다가 내려다본 인천대교. 거의 세계 최고의 사장교이다.
이제 비행기가 한반도를 벗어나 동해로 접어든다. 여기가 어디쯤일까? 강릉? 아님 동해?
이번 4박5일 여행을 계획하며 그전에 일본을 많이 다녀봤다 자부하며 5일 모두 빡빡하게 교통패스를 끊었다.
첫날은 요코소 오사카 티켓(킷뿌)
간사이공항->난바역 이동시 난카이선 라피트를 이용하여 일반 전철이 1시간 걸리는 거리를 30분에 이동할 수 있고
오사카 시내 전철 1일 프리패스를 제공하며 1500엔 지금 환율로 14000원 정도에 판매하는데
난바역까지 전철이 1100엔 정도에 오사카 시내 1일 패스가 600엔정도 한다고 보면 할인된 가격이다.
오사카 1일 패스는 귀국하기 전 어느날이라도 하루 쓸수있는 유용한 패스이다.
사진은 난카이 라피트 특급 열차. 난바역까지 30분만에 편안하게 모셔준다.
난바역에 도착하여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거리로 나선다.
길을 잘 몰라도 저렇게 건물사이에 지붕이 마련된 길이 도톤보리의 중심이니까 저기를 따라 걸으면 중심지에 도달하게 된다.
제일 중심지는 신사이바시-스지 길이라고 도톤보리의 중심을 남북으로 관통하게 된다.
도톤보리를 여행하면 자주 만나게 되는 저 가니도라쿠.
대형 게모양의 간판에서 게 다리가 흔들흔들 한다.
도톤보리 중앙에 하나, 여기 중점? 저쪽에 우측에 아마도 동점? 이렇게 크게 세개의 업소가 있다.
나는 2년전에 왔을때 여기가 엄청나게 비쌀줄알고 안들어갔으나 런치세트가 3천엔 이하에도 먹을수 있다는 정보를 미리 알고 바로 여기로 쑝 들어갔다.
저 메뉴에서 우측 하단 2700엔짜리를 먹었다.
접시를 하나씩 내주고 먹으면 치우고 또 새로운 접시가 나오고 해서 다 모아놓고 찍지는 못했다.
처음 나온 접시에서 게살을 먹는 아들이 울상이다.
아빠. 나 정말 울것같애. 너무 맛있어......
이건 게 그라탕...
게를 잘 먹고 일단 호텔을 찾아가서 짐을 맡긴다.
우리는 나가호리바시역 앞의 아크호텔에서 4박을 한다.
나가호리바시역에서 아주 가깝기는 한데 주로 여행다닐때 교통의 중심지가 한정거장씩 떨어진데라서 우리는 보통 아침에 한정거장을 걸어가서 다음역에서 여행을 시작하곤 했다.
호텔에 짐을 맡기고 아들이 컨디션이 별로 안좋아 멀리 가기로 했던 계획은 다 취소하고 근처 닛폰바시역에 있는 구로몬시장으로 갔다.
구로몬 시장.
오사카를 여행하시는 분들께 추천드리고싶은 장소이다.
난바역, 도톤보리에서 아주 가까운 닛폰바시역에 있다. 여러분들의 모든 숙소에서 도보로 이동이 가능하다.
시장구경도 아주 재미있다.
다양한 길거리 음식들이 있다. 튀김, 오뎅, 심지어는 소고기 팩을 고르면 바로 구워주는 곳도 있다.
우리는 스시를 파는 가게에서 스시를 사서 바로 가게안에 들어가서 먹기로 한다.
일본에서의 의사소통은 손가락 하나로 다 되는 경우가 많다.
어차피 자기네들도 영어 잘 안되고 나도 영어 자신없다. 그리고 요즘 워낙 많이오는 한국인들, 중국인들 때문에 그들도 외국인들 상대하는게 이골이 났다.
나는 스시 한팩을 들고 안쪽 자리를 가리킨다. (여기서 먹을수 있나요?)
주인은 손가락으로 한쪽을 가리킨다. (저기서 돈내고 먹으시오)
돈받는곳의 아가씨는 우리를 보더니 손가락으로 한곳을 가리킨다. 거기에는 들고 나갈건지 안에서 먹을건지 선택하라는 한글 안내문이 있다.
나는 안쪽을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안에서 먹습니다)
아가씨는 한곳을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여기에 돈을 내시오)
참으로 편리하고 훌륭한 손가락 하나로 이루어지는 의사소통이다.
어차피 먹자고 온 여행. 이제 배가 꺼지기를 기다리며 도톤보리를 걸어서 여기저기 둘러보며 구경한다.
오사카에 가장 흔한 음식을 꼽으라면
다꼬야끼, 오꼬노미야끼, 야끼도리.
어딜가나 다꼬야끼 가게가 있고 보통 사람들이 줄서서 먹는다.
많이 비싸지 않다. 8개 정도에 500엔 정도.
우리나라의 길거리 떡볶이나 호떡 정도 아닐까.
다꼬야끼를 한팩 사서 아들과 도톤보리 강가에 앉아서 먹는다.
밖으로 김도 별로 안나고 안뜨거운것 같으나 그냥 팍 씹으면 잇몸 다 상할 정도로 뜨겁다. 주의 요망.
그래도 한국에서도 요즘 흔히 먹는 다꼬야끼보다는 속에 문어 고기가 아주 크고 실하다.
해가 지고 뭔가 먹을거리를 찾아서 도톤보리를 어슬렁거린다.
어차피 오꼬노미야끼도 언젠가 먹을거고 야끼도리도 과거 많이 먹어서 웬지 고기 구워주는곳을 가고싶었다.
사실 이곳 간판은 4일차에 찍은 사진이다.
도톤보리 중심가에서 조금만 걷다보면 찾을수 있는 곳이다.
우리네와 비슷한 불판에 소고기 각종 부위나 곱창등을 부위별로 골라서 먹을수 있는 곳인데
가격도 착하고 실내 좌석도 좁지않고 아주 좋은 곳이다.
우리도 1일차에 가보고 결국 4일차에 한번 더 찾았다.
도톤보리를 여행하시는 분들 여기를 꼭 가보시기를 권한다.
우리 둘이서 병맥주 2개를 먹고 고기 3인분을 시키고 2500엔 정도 나왔다.
오사카의 먹거리 물가에 대해서는 4일차 포스팅에 좀 더 자세하게 기술할 예정이다.
소 양곱창, 대동맥(허걱!) 등 여러 부위별로 골라서 시킬수 있다.
불판에 지글지글 구워 맥주와 함께 먹으면 여기가 한국인지 일본인지.
마침 급격히 떨어진 환율덕에 한국인들이 여행을 많이 왔다.
길을 걷다가도 앞에 뒤에 한국어가 들리고 여기 이 업소도 온 사방에 홀을 다 한국인들이 점거.
이제 주문을 할때도 시미마생 하고 부르는게 아니고 저기 여기요 하고 사람을 부르는 사람도 있을 정도.
그래. 한국인들 살판났다. 딱 5년전 명동에 가면 일본인들이 이런 모양이었지.
다른분들 블로그를 많이 보고가서인지 오사카에서는 적당히 식당에서 사먹다가 푸드 마켓에서 술과 안주를 사가서 먹는것이 중요한 일과가 될 수 있다는것을 알고있었다.
블로그에서 많이 언급된 다이에이, 코요마트를 찾고 싶어서 호텔 직원에게 물어봤는데
코요마트는 여기 가까운데 없고 여기 푸디움~ 이라고 읽을수 있는 이 마트가 다이에이라고 한다.
훌륭했다. 맥주는 대체로 환율 따져봐도 우리나라보다 싸고 종류는 엄청나게 다양.
우리는 이날 이후 매일밤 여기를 들러서 맥주를 사서 마시는게 일상이 되었다.
절대 같은 맥주를 두개 안샀다.
맥주 가격은 우리나라에도 수입되는 아사히 수퍼드라이, 선토리 프리미엄 몰트 등은 우리와 비슷한 가격이나
저 수많은 맥주들이 우리나라 오비, 카스, 하이트 가격 (330 밀리가 110엔 정도)
저 스시는 아주 신선했다. 정확한 가격은 기억 안나나 천엔 이하였고 저기 보이는 맥주 두배정도 다 합해서 보통 2천엔 정도.
저기 성게알 스시와 연어알 스시가 최고.
아들과 나는 서로 싸우지 않고 성게알 스시와 연어알 스시를 하나씩 사이좋게 나누어먹었다.
성게알 스시. 엄청난 맛이었다.
아들은 연어알 스시를 자기가 먹기위해 성게알 스시를 아빠에게 양보를 했다고 이야기 하는데 성게알이 얼마나 맛있는데......
1일차 오사카 먹방여행에 아주 만족하며 맥주에 취해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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