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시험기간이 시작되었다.
밥먹다 아들에게 물어봤다.
아빠 : 시험끝나고 뭐할거냐
아들 : 혼자 영화보러 갈래요
아빠 : 중학생이 뭐 혼자 영화 보러 가냐. 아직 혼자 어디 돌아다니면 안돼
아들 : 뭐 어때요.
아빠 : 그럼 아빠하고 같이 보러갈까
아들 : ... 그럼 친구하고 같이 갈래요
이미 나보다 키가 큰 아들이다.
이미 품안을 떠났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가끔 품어보고 싶은 생각은 어쩔수 없다.
나중에 돌이켜보면 알면서도 억지를 부린건데
가끔 이렇게 아들이 이제 품안을 떠났다고 느껴질때 섭섭하기 그지 없고
말해봤자 손해만 보는 말을 자꾸 하게 된다.
집사람과 나는 아들 어릴때 부모님댁에 맡겨놓고 정작 키워보지를 못했다.
그래서 아직도 아들의 귀여운 모습에 계속 애착을 가지고 있을수도 있다.
장롱속 깊은곳에 아들 서너살때의 옷과 신발이 있다.
나나 집사람이나 우리들 낡은옷도 버리고 아들 옷이나 신발도 작아서 못입게 되면 친척에게 주거나 버리곤 했건만
웬지 이 아주 어릴때 아기때 옷은 둘다 모른체하고 버리지 못한것 같다.
내가 나이들면 늙어가듯이 아들도 세월이 흐르면 장성하는 것인데
나를 필요로 하는 귀여운 아기의 모습을 그리워 하는 것은 억지이고 무리인가.
생각나는 과거의 사건 몇토막.
아들이 초등학교 1,2학년때였다고 생각된다.
부산의 처가집에 내려갔다가 갑자기 아들이 아파서 병원에 가서 링겔을 맞고 돌아와 방에 눕혀 놓았다.
나는 회사일정때문에 그날밤 비행기를 타러 공항으로 갔는데
공항에서 집사람이 아들이 아빠 보고 싶어한다고 전화를 걸었다.
아들과 잠깐 통화를 하는데 아들이 아빠 보고싶다고 어디계세요 하는 순간
휴대폰 밧데리가 떨어져 전화가 끊어졌다.
나중에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때 아들이 목놓아 통곡했다고 한다.
몸도 아프고 하니 부모가 더 그리웠겠지. ㅋㅋㅋ
부모님댁과 아파트 한층 위아래에 살때다.
아들이 거실에 누워 자는걸 보고 베란다에 나가서 담배를 피고 있는데
갑자기 부모님이 두분다 올라오셔서 놀란 표정으로 나를 찾는 것이다.
알고보니 아들이 그새 잠이 깨서 엄마 아빠 다 없이 혼자라고 생각하고 놀라서 울면서 할머니에게 전화를 한것이다.
할머니 나 지금 집에 혼자 있어요. 엉엉~
아들이 어릴때는 반드시 어른이 누군가 지켜줘야 하고 애만 집에 두고 어디 돌아다니지도 못한것이 불편했는데
이제 아들이 아빠보다 친구를 더 편하게 생각하는 나이가 되었다는게 웬지 쓸쓸해진다.
이런시기가 오면 이제 부부간의 관계가 다시 친밀해지고 부부가 서로 기대서 살아야 할 것 같은데
그건 아직 쉽지 않은것 같다.
사실 마누라도 자기 생활이 있고 내가 부른다고 한없이 내옆에 있어주지 않는다.
이야기는 결국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다.
나는 내 취미생활을 개발해서 나머지 인생을 알차게 보내야 한다.
이번에 두번째 발주를 받으면 DSLR 카메라 반드시 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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