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일기

1인 1 휴대폰 시대의 전화 예절에 대하여

죠니워커 2014. 10. 1. 19:50

휴대폰이 없던 시절을 생각하면

대학교때 미팅에서 만난 여학생하고 만나고 싶은데 전화를 걸면 아버지가 받으신다.

깍듯이 예를 갖추어 내이름 밝히고 누구 좀 바꿔달라고 해야 된다.

잘될수 있었는데 중간에서 전화를 통제하는 아버지때문에 잘 안된 경우도 있었으리.

비즈니스 할때는 상대방 명함에 나온 전화로 전화한다.

그때도 보통 내 소속회사 정도는 밝혀야 한다. 

상대방이 자리에 없는 경우도 많았고 좀 귀찮았다.


휴대폰은 참 편하다.

상대방이 회의중이거나 내 전화를 씹지 않는다면 언제건 전화하면 통화가 될 확률이 아주 높다.

이미 누군지 알기에 누구 바꿔달라고 할 필요도 없다.

대신 부작용도 많다.

사무실 전화는 그 사람이 전화를 받을수 있는 상태일때만 바꿔준다.

그러나 휴대폰은 회의중이건 화장실에서 중요한 볼일중이건 어떤지를 모르니 일단 벨이 울리게 된다.

지방출장 중에도 상사나 거래처의 휴대폰이 울리면 받아야 하고 일을 처리해야 하는 점은 과거보다 불행한 모습일 것이다.


나는 그러나 그런 편리한 휴대폰도 전화를 거는 타이밍에 예절이 필요하다고 오래전부터 느끼고 있었다.

업무적인 관계라면 아무리 급해도 웬만하면 근무시간 끝난후 저녁때 특히 주말에는 전화를 하지 않는다.

나도 쉬어야 하고 상대방도 쉬어야 하는데 업무적인 관계인 사람이 일요일날 전화하면 기분이 어떻겠나.

금요일 6시 퇴근시간이 넘어가면 아무리 치열한 싸움을 해야하는 상대도 월요일 아침까지 휴전 상태다.

전화하는 타이밍도 중요하다.

요즘은 내 또래 연락해야 하는 사람들이 사장이나 매니저인 경우가 많아 회의가 많다.

대뜸 전화하면 절반이상은 회의중인지 곧 전화주겠다고 하든지 아예 안받는 경우가 많다.

회의가 정말 많은 사람은 아예 문자로 회의 끝나면 전화 달라고 보낸다. 내 통화비도 아낄겸.

그래서 나는 회의가 많은 사람들에게 전화하는 타이밍을 보통 12시50분으로 잡는다.

점심먹고 1시까지는 쉬는 시간일텐데 이때가 회의가 없고 통화가 될 가능성이 가장 많다.


그러나 가끔 엉뚱한 결과도 생긴다.

오늘 겪은 일인데 사업체 사장인 내 친구에게 뭘 부탁하려고 12시45분에 전화를 했다.

당연히 회의중은 아닌데 점심먹고 직원들과 당구를 치고 있었다.

1대1 게임이 아니고 겜베이라고 쳐도 보통 1분에 한번쯤은 자기 차례가 돌아온다.

통화하는걸 아주 힘들어했다.

나는 뭔가 부탁을 하고 다짐을 받아야 할게 있었는데

당구가 자기 차례가 자꾸 돌아오니 정신없는지 내가 요구하는거 다 들어주겠다고 선선히 대답한다.

가끔은 이런 전략도 좋은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