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9월 27일
10년전 학교를 졸업하고 첫 직장생활을 시작할 때
저의 사수였던 분이 있습니다.
(사수란 업무가 아직 익숙치않은 신입사원이 업무를 배우는 선배를 일컫는 말로 군대용어지만 직장에서 흔히 쓰임)
제가 사원이고 그분은 대리였습니다.
첫 직장상사여서 잊기 힘들지만 여태껏 만나본 수많은 직장상사중 가장 이상적인 분이었습니다.
인간적으로도 따뜻한 정을 가지고 계시고 업무적으로도 실력이 좋아 배울점이 많았습니다.
게다다 남자라면 누구나 가질만한 출세 및 실적에 대한 욕심을 별로 내세우지 않고 아주 겸손하게 지내는 분이었습니다.
다들 그분을 보며 정말 사심없이 겸손하게 사시는 분이라고 이야기 하였습니다.
그당시 어느날 그분과 제가 같이 모시던 팀장님이
일요일 출근을 지시하셨습니다.
그때 그분이 직장인의 일요일의 소중함을 이해해달라며
공식적으로 거절하셨습니다.
그당시 회사분위기로는 상상하기 힘든 행동이었습니다.
모든 인사권을 쥐고 있는 상사의 지시인데...
공포분위기가 조성되었으나 팀장님도 더이상은 말씀을 못하셨습니다.
그당시는 저나 그분이나 그렇게 힘없는 말단이었습니다.
그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군요.
세월이 흘러 저나 그분이나 회사를 다 옮겼습니다.
저는 외국계 회사로 왔지만 그분은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아는 S그룹 계열사로 가셨습니다.
S그룹은 특히 배타적이라 공채 출신이 아니면 사장도 못한다는 소문이 있죠.
어제 그분이 사업부장으로 승진하셨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저희 회사와 파트너관계인 사업부라 저희도 관심이 많았습니다.
전임 사업부장이 사임하신뒤 과연 누가 되나 우리도 무척 궁금해 했었습니다.
우리가 알고있는 후보 몇명이 있었습니다.
다들 S그룹 공채출신에 업적이나 현재의 서열로 볼때 쟁쟁한 분들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분들을 다 밀어내고 저의 선배님이 되신겁니다.
남에게 아부할 줄 모르고
자기의 잘난점을 자랑하거나 내세우지않고
궂은일은 몰래 솔선수범하며 실천하는 인간성.
왠지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판을 치는 사회라는 비관적인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나의 선배님의 승진을 바라보며
아직은 우리 사회가 진정으로 성실한 사람을
알아주고 우대해주는 사회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며
무척 흐뭇하였습니다.
저는 그분에게 어제 축하하는 의미에서 화분을 보냈습니다.
형님.
성공하신 인생이 보기 좋습니다.
형님같은 분들이 성공하는 사회가 정말 좋습니다.
2006년 10월 10일
그리고 그 후......
형님은 2003년 가을에 회사를 그만두시게 되어 저희 회사로 옮기셨습니다.
장사를 하는 회사에서 관행이 되어버린 여러가지 잘못된 거래에 혼자 책임을 짊어지고 나오신거라 알고 있습니다.
현재는 저희 회사 다른 부서의 부서장으로 계십니다.
이제 같은 회사에 3년넘게 근무하고 있는데
왠지 옛날처럼 가까이 가지 못하고 있네요.
형님
그래도 가까이 계셔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마음 아시죠?
'과거일기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비지스와 존트라볼타 (0) | 2007.05.01 |
---|---|
오스트레일리아... (0) | 2006.10.18 |
중국요리에서 바퀴벌레가 나왔을때... (0) | 2006.10.10 |
함박눈 속에서 아저씨와 하루종일 데이트를 하게 된 사연 (0) | 2006.10.10 |
새벽 두시... 고속도로 (0) | 2006.10.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