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일기장

중국요리에서 바퀴벌레가 나왔을때...

죠니워커 2006. 10. 10. 22:41

2000년 12월 5일

 

지난주 어느날 저녁늦게 직원들과 일을 마치고 회사앞 중국집에 갔었습니다.
다들 배가 고팠던터라 요리를 몇가지 시켜서 정신없이 먹고 있었습니다.
당근 제가 좋아하는 소고기 탕수육은 물론이고 유산슬과 고추잡채도 시켰던것 같습니다.

유산슬이라는 음식 다들 아시죠.
걸쭉한 소스에다 각종 해물과 버섯류를 섞은 음식으로서
팔보채와도 유사하지만 조금 잘게 썰어져있죠.
제가 그걸 발견한건 정말 운이었습니다.
저도 정신없이 먹고 있었던터라 음식의 내용을 살펴보기 힘들었고
원래 그 음식이 각종 재료를 섞었기 때문에 이름도 모르는 재료가 많습니다.
표고버섯 조각과도 비슷한 색깔을 띈 자그마한 덩어리에
가느다란 다리 같은게 붙어있다고 생각한 순간
그게 바퀴벌레가 분명함을 알게 되었습니다.

순간적으로 여러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쳤습니다.
눈을 들어 일행을 바라보니 다들 너무도 맛있게 정신없게들 먹고 있었습니다.
특히 유산슬은 이미 다들 덜어가서 거의 다 먹은 상태였습니다.
어떤 분은 "오늘은 유산슬이 참 맛있네. 원래 이렇게 맛있는 음식이었던가" 이런 말도 하였습니다.
맛있을 수 밖에.
평소에 안쓰던 특제 재료를 사용하였는데...
사실 외국에 나가보면 곤충을 고급요리의 재료로 사용하는 경우도 많잖아요.
멀리 보지 않더라도 우리나라에서도 메뚜기 안주, 번데기 이런것들을 좋아들 하지 않습니까.

어쨌든 제가 바퀴벌레가 나온 사실을 알리게 되면 이미 다 드신 분들의 속을 거북하게 한다는 생각이 들어
그냥 슬며시 바퀴벌레를 냅킨에 싸서 구석에 밀어놓았습니다.
뭐 저는 괜찮았습니다.
어차피 다 요리된 상태라 더럽지도 않을테고
정말 모르고 먹으면 약이 되었으면 되었지 배탈날 음식은 아니잖아요.

오늘 점심을 그 중국집에서 먹었습니다.
(저도 강적이죠? 맛있기만 하던데요.)
저희 직원 한분이 이런말을 했습니다.
"어제 점심때 요리를 하나 시켰었는데 고기가 조금 덜 익었어요. 그걸 이야기 했더니 저녁때 깐풍기를 서비스로 주더라구요."

저는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기가 덜익은 사태에서 깐풍기가 서비스로 나왔다면
바퀴벌레가 나온 상황에서는 무엇이 나왔을까.

왠지 중국집 한달 자유이용권 한장을 놓친것 같습니다.
아니면 군만두 서비스 평생이용권을 놓친것 같기도 하고요.
역시 무슨일이건 쉬쉬하고 숨기는건 좋지 않은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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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주는 인정보다 자수하여 함께 살자!
음식에서 바퀴벌레를 발견하면 가까운 군부대나 경찰서에 신고합시다!

 

2006년 10월 10일

 

우리 회사가 도곡동 6층짜리 사옥에 있을때의 일이었다.

빌딩 정문 바로 앞의 지하 중국집.

적나라한 중국집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지하의 우중충한 분위기의 중국집이지만

음식맛도 괜찮고 사장님도 화끈해서 서비스도 잘해주시던...

어느 겨울날 부서 회식을 내가 직접 만들고 중국집 예약하고는

빼갈 마시고 1차에서 완전 갔던 기억이 난다.

2차 3차 용으로 예산도 많이 확보 했었는데......